번역은 파파고
"죽음의 호수"
# 1
아키라
북쪽 탑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북쪽의 마법사들께서는 죽음의 호수로 향하실 거예요.
미스라
죽음의 호수?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키라
미스라. 죽음의 호수를 알고 있어요?
스노우
죽음의 호수라 하면, 중앙과 북쪽 국경에 있는 달의 호수보다 더 북쪽....미스라가 태어나고 자란 곳일세.
화이트
지명을 듣고 안색이 바뀌는 걸 보면 미스라에게도 향토애가 있나 보구먼.
미스라
저, 안색이 변했나요?
브래들리
나한테 묻지 마. 뭐, 비교적 관심이 많아 보이나.....?
오웬
전에, 죽음의 호수 얘기를 하니까, 부탁도 안 했는데 끌려갔어.
아키라
그렇습니까. 어떤 곳이었나요?
오웬
아무것도 없는 곳.
미스라
아무것도 없는 곳이에요. 그런 곳에 무슨 일이 있을까 해서. 현자님, 알고 있는 거죠?
아키라
그게...근처를 지나가던 마법사가, 거대한 뼈의 괴물을 봤다고 해서...
미스라
거대한 뼈 괴물?
미스라
아......
아키라
아?
미스라
아ㅡ....네네. 알겠습니다. 그럼, 가볼까요?
아키라
엣, 즉시 해결하려고요?
브래들리
역시, 믿음직해, 형제! 그럼, 알아서 잘 해보.....
브래들리
.......켁! 목덜미 잡아당기지 마!
미스라
자자, 그러지 말고. 호숫가 근처로 안내할 게요.
오웬
아무것도 없어. 언제 가도 마을이 있고, 망한 마을이 있기도 할 뿐.
미스라
맞다. 현자님, 죽음의 호수로 가면 배를 저어 보는 게 좋아요. 신기한 게 떠다니는 경우가 있거든요.
미스라
맛있어 보이는 죽은 고기부터, 당신이 항상 아끼는 꽃과 잎이 떠다닐 수도 있어요.
아키라
노, 젓기 말이죠. 알겠습니다. 다음에 시간 날 때 해볼게요.
미스라
그럼 출발합시다. <아르시무>
# 2
아키라
여기가 죽음의 호수.....
오웬
변함없이, 춥고, 새하얗고, 아무 소리도 없는 곳이야. 안개가 심해서 앞도 안 보여.
브래들리
안개? 눈보라 아니냐? 오......얼어서 썩은 오두막이다. 이 근처는 꽤 오래전에 망한 마을이군.
아키라
그러고 보니, 마을이 있거나, 망한 마을이 있다고 했죠.
아키라
이 근처는 마을이 많나요? 미스라가 태어난 마을은 어딘가요?
미스라
내가 태어난 마을은 이제 없어요. 마을은 존재하다가, 없어졌다가 그런 거예요.
아키라
에.......?
스노우
죽음의 호수는 뛰어난 수원일세. 뛰어난 수원에는 사람이 모이지. 그러나, 이 근처는 기후가 혹독해서 말이야.
화이트
마을이 생기고, 망하는 걸세. 10년 전에는 새로운 마을이 생기는 것 같았다만...
미스라
4년 전에 한파로 망했어요. 현자님, 보세요. 저쪽에 있는 게 죽음의 호수입니다.
아키라
......저쪽.......죄, 죄송해요 새하얘서, 아무것도 안 보여요......
미스라
<아르시무>
미스라가 주문을 외우자 천천히 새하얀 안개가 걷혀 갔다.
안개가 걷혀도 잿빛의 색채는 변하지 않았다. 얼음을 뛰운 광활한 호수의 정적이 끝없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미스라가 먼 곳을 가리켰다. 호수 저편에는 작은 섬이 떠 있었다.
미스라
죽은 자의 나라입니다.
아키라
......죽은 자의 나라.........
미스라
호숫가의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습니다. 그 섬이 사후의 나라라고 했죠. 사람이 죽으면 배에 실어서, 저 섬으로 보내는 거예요.
미스라
그게 제 일이었어요. 나룻배지기라고 불렸는데, 얼어붙은 뼈들과 저 섬에서 살았어요.
아키라
사후의 나라....천국이나, 지옥 같은, 죽은 사람들이 사는 곳인가요?
미스라
살았는지는 애매하네요. 방황하는 영혼은 가끔 보였는데. 저 섬에 가보고 싶으세요?
# 3
▶아무쪼록
아키라
미스라가 살았던 섬이라면, 꼭.
수많은 뼈들이 잠들어 있는 섬.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추억의 장소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아이처럼, 미스라는 천진난만했다.
미스라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내 손을 잡고 호수 위로 걷기 시작했다.
미스라
당신이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좋아요, 보여드릴게요.
스노우
이 녀석, 미스라쨩! 현자를 멋대로 데리고 다니면 안 되지!
화이트
우선은 임무를 끝내고 가게나!
▶별로.......
아키라
별로...이 고장 사람들에게는 묘지 같은 소중한 장소일 테고......
미스라
....헤에. 그렇습니까.
조심스럽게 거절하자, 미스라는 지루한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나의 반응에, 낙담했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들에게는 무덤이라도, 미스라에게 있어서는, 어린 시절의 거처니까.
오웬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바보 취급하듯 웃었다.
오웬
봐, 거절당했지. 저런 데를 가고 싶어 하는 녀석이 어디 있어. 고목이랑 뼈밖에 없다니까.
미스라
네? 다시 보고 싶어요? 데려다 줄게요.
오웬
안 가! 놓으라고......
브래들리
어이어이. 놀지 말고, 얼른 끝내자고.
브래들리
미스라, 니 놈은 알고 있잖아. 거대한 뼈 괴물의 정체를.
미스라
네, 아마.
브래들리의 말에, 미스라가 한쪽 손을 들자 그의 마도구인 수정 해골이 나타났다.
수정 해골이 옅은 빛을 발하자 호수가 물결치며 불가사의하게 울렁거렸다. 쌍둥이의 낯빛이 변했다.
스노우
미스라, 무엇을 불러들이고 있는 게야!?
미스라
뼈 괴물이요. 그 녀석을 봉인하는 거죠? 나오길 기다리는 것보다 부르는 게 빠를 것 같아서요.
화이트
미스라야, 먼저 말했어야지!?
스노우
오웬, 브래들리, 미스라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흩어지게나! 봉인의 마법진을 준비하는 걸세!
브래들리
여전하군, 순서가 나빠!
오웬
최악.
아키라
엣!? 에? 다, 다들 왜 그러세요!?
# 4
분주하게 북쪽의 마법사들이 잿빛 하늘로 흩어졌다.
첨벙첨벙 얼음덩어리가 뒤섞이고, 죽음의 호수는 불온한 기색을 띠며 물결치고 있었다.
미스라
내 곁에서 떨어지지 마세요, 아키라.
미스라한테 이름을 불린 나는 고개를 들고 호수를 응시하는 미스라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미스라
그 녀석의 이름은 나도 모릅니다. 호수를 떠다니던 희귀한 뼈였어요.
미스라
크고, 낡아빠진, 치렛타도 모르는 생물의 뼈였어요.
아키라
생물의 뼈....?
미스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를 쳐다보았다.
미스라
그 섬에서 나는 혼자였죠. 그래서 심심풀이로 뼈를 갖고 놀았습니다.
미스라
뜻대로 움직이는 뼈가 즐거웠어요. 뭐랄까, 저는 저 말고는 몰랐기 때문에.
아키라
.....무엇을 말입니까?
미스라
음, 나를 상대해주는 생물? 이걸로 전해질까요?
세찬 바람이 몰아치고 얼음 알갱이 같은 물결이 덮치자 미스라가 감싸듯이 내 어깨를 끌어안았다.
나는 말로 잘 표현할 수 없었지만 미스라가 몰랐던 건 외롭다는 게 아니었을까.
고목과 뼈뿐인 섬에서 자란 아이.
미스라
치렛타를 만나서, 마법을 배우고, 그때쯤 뼈를 주웠어요. 본 적도 없는 큰 뼈를.
미스라
일찍이 죽음의 호수에 살고 있던 태고 생물의 뼈일지도 몰라요. 저는 그걸 살려내고 싶었죠.
아키라
되살려....? 분명, 죽은 생물은 다시 살릴 수 없다고....
미스라
네. 물론, 금기였죠. 결과는 대실패, 대참사였습니다.
미스라
뼈의 주인은 살아나지도 않았고, 거부당해서 저도 죽을 뻔했어요. 근데, 조금은, 보고 싶었어요.
미스라
오즈보다 강한 생물이, 이 호수에 군림하고 있는 모습을.
# 5
아키라
...........!
그때, 큰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미스라가 마법으로 지켜주지 않았다면 얼음 같은 물을 뒤집어쓰고 심장이 멎었을 것 같았다.
공기가 떨리는 듯한 무서운 포효가 울려 퍼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눈앞에 존재하던 건 광활한 호수조차 작아 보일 정도로 거대한 뼈의 괴물이었다.
두개골에는 세 개의 뼈, 드래곤 같은 골격을 가지고 있고, 하늘을 뒤덮을 수 있는 날개뼈도 가지고 있었다.
미스라
아하하, 이런 느낌이었네요. 그때 잃어버렸던 뼛조각이 거대한 재액의 영향으로 폭주한 거겠죠.
내가 뭘 말하기도 전에, 괴물이 미스라에게 언 입김을 내뿜었다.
그러나. 미스라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눈보라는 모두 마도구인 해골로 흡수되어 다시 괴물로 역류했다.
괴물의 뼈가, 얼어붙고, 동시에 호수 저편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와 마법진을 그렸다.
네 개의 빛줄기가 얽혀 뼈 괴물을 묶는 빛의 실이 되었다.
미스라는 나를 데리고 하늘로 날아올라 계속 날뛰는, 뼈 괴물의 얼굴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는 손을 뻗어 어딘가 아쉬운 듯이 뼈 괴물의 뿔을 어루만졌다.
곧바로 튕겨내 버렸지만, 마치 키우지 못한 애완동물에게 작별을 하는 느낌이었다
미스라
..........
# 6
미스라는 뭔가 말하려다가, 관두고는 대신, 친숙한 주문을 외웠다.
미스라
<아르시무>
세찬 물기둥이 솟아오르고, 뼈 괴물은 먼지처럼 부서졌다.
하얀 먼지가 눈보라처럼 흩날리며 고요히 잿빛 호수로 빨려 들어갔다
.
마지막 조각이 사라져 버릴 때까지, 미스라는 말 없이 죽음의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스노우
이런이런. 무사히 화석으로 돌아갔구먼. 저 뼈는 어딘가 따로 보관하기로 합세.
오웬
어라, 무슨 생물이야? 뼈가 남아있었다는 건 마법 생물이 아닌 거잖아?
화이트
우리들이 태어날 무렵에는, 이미 멸종했던 생물이겠지.
미스라
이름 없는 짐승이군요. 다음엔, 꼭 소생을 성공시켜서, 가방에 넣고 다닐 거예요.
브래들리
마도구가 겹치지 않냐?
오웬
누구랑?
브래들리
네가 좋다면 괜찮지만.
그들의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웃다가, 나는 문득 생각이 나, 미스라에게 물었다.
아키라
만약, 아까 그 동물을 기를 수 있다면.......
미스라
고대 최강의 생물을 키운다니. 현자님은 깜짝 놀랄만한 정신을 가지고 있군요. 세계 정복이라도 할 셈이에요?
아키라
마, 만약의 이야기예요. 그때는, 저 생물한테 뭐라고 이름을 붙일 건가요?
놀란 듯, 미스라는 입을 다물었다. 잠시 생각하더니,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미스라
죽음의 호수
그 목소리에 대답하는 짐승의 울음소리처럼, 고요한 호수에 바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긍지 높고, 쓸쓸하게.